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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gen 2. 젊음, 동굴과 시장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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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23 작성일 2021-08-23 10:51

본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권좌가 20년 만에 탈레반에게 돌아갔다.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힌데다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한 걱정이 크다. 

학교도 못가고,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고, 집에만 틀어박혀 살아야 한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는 사태다. 

벌써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지않은 채 외출했던 여성이 피살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다시, 탈레반의 아프간] 최소 1년 버틸 거라던 카불 함락…미국의 판단착오는 무엇? - 경향신문 


 

이런 극단적인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우리는 

일상에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정치적인 견해에 따라 권력으로부터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고리타분한 관습으로부터의 자유를 더 갈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이슈와는 별도로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또다른 자유의 문제가 있다. 

내가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한 젊은이가 있다. 무난하게 교육을 받고 대학까지 졸업한 한국의 20대다. 

그의 꿈은 사진작가였다. 

사진에 제법 깊이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전업 포토그래퍼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요즘은 공무원이 대세라는 주변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결국 대학 졸업과 동시에 카메라를 장롱에 처박고 공무원 시험준비에 나섰다. 

합격할 때까지 세상의 유혹과 절연하겠다며  전화번호 바꾸고, 카카오톡 끊고, 

이메일 주소도 새로 만든 뒤 고시원에 틀어박혀 3년을 보냈다.


비즈한국 

 

 

3년은 허망하게 흘러가 버렸다. 

예술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헌법, 민법 책을 들여다보니 머리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반복되는 좌절에 지쳐가던 어느날 추억이 그리웠던지 옛 이메일 계정에 로그인을 했다. 

정크 메일 더미와 친구 안부 편지들 사이에 낯선 이메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과거 별 기대없이 응모하곤 잊어버렸던 해외 포토그래피 콘테스트의 주최측이 보내온 것이었다. 

자신의 사진이 우수작 후보로 선정됐으니 소개를 위해 작품을 좀 더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수신날짜를 보니 사진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막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가슴을 치며 후회했지만 기회의 버스는 이미 떠나간 뒤였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포기하고 남들이 하는 말에 속박되기를 자처한 결과였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사람의 절대 자유는 어떤 사람이 되려하거나 어떤 본질을 갖고 싶어하든 

완전히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얼핏 생각하면 사진작가 대신 공무원 시험을  선택한 것 역시 

자유의지에 의한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르다. 

사르트르가 말한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란 조금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설명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베이컨은 올바른 지식을 방해하는 네가지 우상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동굴의 우상은’ 동굴 속에 숨어서 밝은 바깥은 보지 못하는 오류이다. 

또 ‘시장의 우상’은 시장에 떠도는 소문들에 도취돼 갖게 되는 선입견을 뜻한다. 

이런 우상에 사로잡혀 내리는 판단은 결코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른 것일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가엾은 포토그래퍼는 

‘사진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는 이름의 동굴 속에 주저앉아 사진작가의 길을 포기했다. 

더 나아가 ‘공무원 시험이 좋다’는 시장의 우상에 솔깃해 

‘이 길 뿐이야’라는 선입견을 갖고 미래를 결정해버렸다. 

그가 한번이라도 동굴 밖으로 나가봤다면, 

또는 시장의 목소리들이 만들어준 선입견보다 자신의 꿈을 우선시했다면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자유는 명실상부한 젊음의 상징이다. 

젊음에서 자유가 빠지면 단팥 빠진 진빵, 치즈 빠진 피자나 마찬가지다. 

거꾸로 젊지 않은 세대가 자유를 누리려면 현실적으로 너무나 많은 제약에 부딪쳐야 한다. 

젊음은 곧 자유이고 자유는 젊음의 요체다. 

물론 앞의 사례처럼 젊다고 자유가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자유에는 피 냄새가 난다고 한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보면 당연하다. 젊음의 자유 역시 고유의 냄새가 있다.


person standing on hill 

 

그것은 땀냄새이다.  

베이컨이 말한 동굴의 우상을 떨쳐버리려면 걷고 뛰고 기어올라서 동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시장의 우상을 극복하려면 발품, 귀품, 눈품을 팔아 선입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땀이 안날 수 없다. 

사소한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그냥 요즘 유행이라니까 아무 생각없이 산 사람과, 

품질과 가성비와 나와의 궁합을 잘 따져보고 산 사람이 누리는 자유의 차이는 크다. 

별 생각없이 남들 얘기를 따라 물건을 샀다가 마음에 안들 경우는 손해에 대한 후회가 크다. 

하지만 내가 여기저기 다녀보고, 고민하고, 따져본 뒤 샀을 때는 

애초에 후회가 들 확률도 낮은데다 제품에 실망하더라도 

그 실망이 다음에 현명한 선택을 하는 토양이 된다. 

 


젊음의 상징으로서 자유가 동굴과 시장의 우상에 현혹되기 쉬운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누구든 내 앞에 놓인 미래는 도무지 확실한 게 없다. 

젊음에게 확실한 것이라고는 그 불확실한 미래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 뿐이다. 

불확실성은 자유를 억압한다. 

불안하니까 뭘 맘대로 선택할 수가 없다. 

이리 봐도 걱정, 저리 봐도 걱정만 넘친다.  

 

미래를 불안해 하는 사람은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남들이 이미 걸어가 봤기 때문에 늪에 빠지거나 밤에 호랑이를 만날 우려가 적은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은 눈앞에 보이는 지평선까지만 안전하다. 

지평선 넘어서 가야 할 길이 수십배 수백배 더 먼데 

지금 안전한 길이라고 해서 끝까지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불확실성을 낮춰준다는 이유로 

자기 적성과는 무관하게 의사,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 중에는 

요즘 취업조차 못하거나 적자에 시달리다 사무실 문을 닫는 사람이 허다하다.

  

진정 자유로운 젊음이라면 불확실성을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된다. 

확실한 게 없다는 말은 거꾸로 해석하면 어디에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 요리가 좋아.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직업이고 미래도 알 수 없지만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어’라면서 자유 의지로 주방 접시닦는 일에 뛰어든 사람이 

이제는 어디를 가든 팬들의 사인 요청에 시달리는 유명 셰프가 된 경우가 그렇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안전 대신 가능성을 선택한 결과다.



자유가 젊음의 상징인 이유가 여기 있다. 

자유는 늪과 맹수가 가득한 미래를 헤쳐나가는데 가장 유용한 안내자임과 동시에 길

가 어딘가에 숨어 있는 ‘가능성의 반지’를 찾게 해주는 보물지도이기도 하다. 

젊음의 자유는 내가 흘리는 땀의 결과에 스스로 믿음을 주는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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